여름 정원-16

왕원추리

by 박용기
여름 정원-16, 왕원추리


비가 개인 아침
동네 작은 공원 풀밭에
주황빛 왕원추리가 피었습니다.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어디에선가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

잠시 젖은 꽃봉오리에 앉았습니다.


다른 구도로 사진을 더 찍고 싶어

움직이는 순간

잠자리는 휘릭~ 날아올라

어디론가 날아가버렸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멋진 찬조출연에 감사했습니다.


삶에서 기회도 이와 같아서

준비된 사람에게는

짧은 순간에도 행운을 가져다 주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나

더 좋은 것을 잡으려

주저하거나 욕심을 내는 사람들에는

아쉬움만 남기고 날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빗방울이 가득 맺힌 왕원추리,

그 위에 잠시 머물렀던 잠자리가

아름다운 모습의 잔상을 남긴 여름 아침이었습니다.




원추리 / 淸草배창호


綠 雨,

푸른 비가 잦은 이맘때

쪽빛 바다를 그대로 빼닮은 산야에

온통 이슬에 구르는

잎새조차 눈부신 득음이다



진흙 속에 연꽃이 있다면

산자락에는

고요한 그리움을 예스럽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한 획의

담채를 피우고 있으니



가시덤불 속일지라도

홀로 선정禪定에 든 빼어남이

깊고 그윽한 네,

예 머무름조차 담담淡淡한

날마다 기다림이 환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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