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가던 길을 멈추고 물가로 내려가
막 피어나고 있는 작은 꽃들을 만났습니다.
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유림공원으로 가기 위해
유성천의 돌다리를 건너다
갑자기
물가에 피어난 고마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침이어서 일까
아님 아직 조금 철이 일러서 일까
대부분 활짝 피지 않은 봉오리 상태였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꽃들을 지키려고
줄기에 잔가시까지 세워보지만
무섭기는커녕 귀엽기만 합니다.
갓 태어났을 것 같은 아기 방아깨비도
꽃을 놀이터 삼아
풀잎 끝에 이슬방울 맺힌
가을 아침을 즐기고 있습니다.
한참을 이 아이들과 놀다
정작 국화전시회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고마리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야생화입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Korean persicary입니다.
고마리/ 김승기
그대는 보았는가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은인성자를
늘 젖어있는 곳으로 몸을 낮추고
청정한 물가만 골라
이상향을 꿈꾸는
가을의 젊은 성자를 보았는가
진창 굴헝에서 쓰러지고 뒹굴어져도
흙 하나 묻히지 않고
가시 세우며 다시 일어서서
오직 한 곳을 바라보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다부진 얼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하찮은 세상일에는 무심한 듯한,
하얗고 붉은 미소
어디를 응시하고 있는가
비바람불고 천둥소리 요란한 세상
피 흘리며 쓰러지는 것들
아픈 상처 지혈시켜 주던
맑은 눈빛
그러나 보았는가
깊은 가을하늘 속을 걸어가고 있는
피멍든 눈동자를
#가을의_소중한_순간 #고마리 #아기_방아깨비 #아침이슬 #유성천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