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37

닭의장풀

by 박용기
122_0135-s-Summer garden-37.jpg 여름 정원-37, 닭의장풀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lens

100mm, ƒ/3.5, 1/1000s, ISO 200


여름의 끝자락이면
풀밭 어딘가에서
낯익은 파란색 꽃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시나 소설 등에서는

달개비로 더 많이 불리는

닭의장풀 꽃입니다.


녹색의 큰 잎 속에서

꽃대를 올려

아침이면 참 특이하게 생긴 얼굴로

세상 구경을 나왔다가

하루도 못 있고 오후가 되면

그만 꽃을 접고 마는

하루살이 꽃들입니다.


김민철 꽃 전문 기자가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달개비에 대한 대목을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94104)


뒷간 모퉁이에서 뒷동산으로 난 길엔 달개비가 쫙 깔려 있었다.
청아한 아침 이슬을 머금은 남빛 달개비꽃을 무참히 짓밟노라면 발은 저절로 씻겨지고, 상쾌한 환희가 수액처럼 땅에서 몸으로 옮아오게 돼 있다. 충동적인 기쁨에 겨워 달개비 잎으로 피리를 만들면 여리고도 떨리는 소리를 낸다.
서울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쫙 깔린 달개비꽃의 남색이 얼마나 영롱하다는 걸. 그리고 달개비 이파리에는 얼마나 고운 소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달개비 이파리의 도톰하고 반질반질한 잎살을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내면 노방(얇은 비단의 한 종류)보다도 얇고 섬세한 잎맥만 남았다. 그 잎맥을 입술에서 떨게 하면 소리가 나는데, 나는 겨우 소리만 냈지만 구슬픈 곡조를 붙일 줄 아는 애도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동네 풀밭에 지천으로 깔린 달개비 꽃을 사진에 담았지만,

그 이파리에 숨겨진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그 잎을 문질러 소리를 내보려했습니다.

하지만 잎을 조금은 얇게 벗기는 것까지는 할 수 있었지만

소리는 내보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내공이 쌓여야 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달개비 피는 마을 / 김영숙


달개비 꽃 피었다

강정사람 앉은 자리

뙤약볕에 마르고

차바퀴에 짓이겨져도

길바닥에 더 낮은 자세

아침이면 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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