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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28. 2022

가을 여행-5

개미취 

가을 여행-5, 개미취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s, ISO 100



키 큰 개미취는
삶의 짐이 무거운지
비스듬히 몸을 누입니다. 

이 꽃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는

'꽃대에 개미가 붙어 있는 것처럼

작은 털이 나 있는 취나물'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꽃자루의 작은 털이

아무리 보아도 개미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개미'가 곤충 개미가 아니라

'연줄을 질기고 세게 하기 위하여 먹이는, 

부레풀에 사기나 유리의 가루를 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어렸을 때

연 싸움을 하기 위해

유리 가루를 밥에 섞어

신문지 등에 놓고 손으로 감싼 뒤

연줄을 통과시켜 거칠게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부르는 이름이야 어떠하던

본래 이 아이는 

무언가 간질간질하거나 까칠하게 느껴지는

'개미'와는 사실 상관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냥 '키 큰 보라취'로 불러도 상관없겠지요.


가을 여행 중

개미취 간이역 앞에서

비스듬히 몸을 눕힌 꽃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내 삶의 무게도 가늠해 봅니다.




들국화/ 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가을_여행 #개미취 #개미 #간이역 #삶의_무게 #한밭수목원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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