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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1. 2022

가을 여행-8

메밀꽃

가을 여행-8, 메밀꽃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6.3, 1/160s, ISO 100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중

메밀꽃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말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입니다.


오래전 평창에 갔을 때 들러본

봉평과 이효석 생가가 떠오릅니다. 


메밀꽃은 하얗게 핀 

넓은 메밀밭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꽃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꽃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메밀의 어원은 

'산(뫼, 메)에서 나는 밀'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이름도 buckwheat입니다. 


하지만 식물학적 분류로는

메밀은 벼나 보리를 닮은 곡식류가 아니고

마디풀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유사 곡물(pseudocereal, 아곡류)로 분류됩니다.


씨알의 녹말 함량이 높아

곡물처럼 요리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메밀꽃밭을 보러 봉평으로 가지 않아도

여기저기 넓은 메밀밭을 조성해 놓은 곳이 있어

비교적 가까이에서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 춘천, 여주, 안동, 청주 등에도

대단위 메밀꽃밭이 있다고 합니다. 

저처럼 규모는 작지만

가까이에 있는 메밀꽃밭으로 

가을 여행을 잠시 다녀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전 갑천변 메밀밭




메밀꽃 필 무렵 또 하나의 사랑/ 전소영


메밀꽃 필 무렵이면

소금을 뿌린 듯 달빛이 하얗게 흩어집니다.

애잔한 꽃향기 산허리에 흐르고

가슴 속엔 메밀 대궁처럼

붉은 그리움이 돋아나

가슴을 쪼개어 소금을 뿌려 대던

눈물어린 세월이 강물처럼 밀려듭니다.

봉평에서 대화 장

달빛 젖어 내리는 산 길 칠십 리

그대 아린 가슴을 도려내어

그 짧고 기막힌 인연의 끈을 이었기에

나귀는 철굽을 수만 번 갈았습니다

무명필 주단 바리 차곡차곡 접어 넣어도

그리움에 젖어 강물은 흘러가고

인연 따라 걸어가는 산허리 길

산길도 여름 장 나귀도 지금은 없지만

옥수수 잎새에 달 빛 짙푸르게 흐를 때

반평생 기다림을 채찍에 감아 휘두르면

방울 소리만 메밀밭으로 하얗게 흩어집니다.




#가을_여행 #메밀꽃 #흰메밀꽃 #대전 #갑천변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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