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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2. 2022

가을 여행-9

붉은 메밀꽃

가을 여행-9, 붉은 메밀꽃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200



붉은 메밀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메밀꽃 하면 늘

하얀 작은 꽃들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 피어있는 

그런 풍경을 머리에 그리게 됩니다.


갑천변 흰 메밀밭 한 쪽 구퉁이에서

옹기종기 모여 핀 

몇 그루의 붉은 메밀꽃들을 만났습니다. 


요즘 붉은 메밀꽃밭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만나기는 저도 처음이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월 동강가에 붉은 메밀밭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가을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다행히 가까이에서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 가을엔

임영조 시인이 노래하듯

지도에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메밀꽃 가득 핀

내 마음 속 그 섬으로 

홀로 가을 여행을 떠나 봅니다.


붉은 메밀꽃




그 섬에 가면/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 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가을_여행 #붉은_메밀꽃 #대전 #갑천 #내_마음속_그_섬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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