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메밀꽃
Pentax K-1/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400s, ISO 200
붉은 메밀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메밀꽃 하면 늘
하얀 작은 꽃들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 피어있는
그런 풍경을 머리에 그리게 됩니다.
갑천변 흰 메밀밭 한 쪽 구퉁이에서
옹기종기 모여 핀
몇 그루의 붉은 메밀꽃들을 만났습니다.
요즘 붉은 메밀꽃밭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만나기는 저도 처음이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월 동강가에 붉은 메밀밭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가을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다행히 가까이에서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 가을엔
임영조 시인이 노래하듯
지도에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메밀꽃 가득 핀
내 마음 속 그 섬으로
홀로 가을 여행을 떠나 봅니다.
그 섬에 가면/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 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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