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서 3등을 차지한 사람들에게는 동메달이 주어진다.
우리는 구리 메달이라는 뜻의 동(銅) 메달이라고 부르지만,
영어로는 브론즈 메달 (bronze medal)이라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 동메달은 100 % 구리도 아니고 브론즈도 아닌
황동(brass)으로 만든다.
동 매달 혹은 브론즈 메달의 역설
구리는 순수한 금속으로 전기적 및 열적 전도성이 뛰어나 주로 전자제품의 전선이나 쿨러의 히트 파이프 등에 많이 사용되며, 강도나 부식 저항성 및 가공성 등이 좋아 파이프나 파이프 연결 부위에도 많이 사용되는 금속으로 특유의 붉은 광택이 난다. 하지만 순수한 구리는 무르기 때문에 다른 물질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리에 아연을 첨가하면 황동 혹은 놋쇠로 알려진 브래스(brass) 합금이 만들어진다. 또한 구리에 아연 대신 주석을 첨가하여 합금을 만들게 되면 청동이라고 부르는 브론즈(bronze)가 만들어지게 된다. 브론즈는 구리보다 강도가 높아 무기나 악기, 조각상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경우 동메달은 구리 90 %에 아연 10%를 섞은 브래스 합금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환하게 웃으며 더 기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미국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과 토마스 길로비치, 톨레도 대학의 스콧 마디는 ‘반사실적 사고’에 의해 설명했다. 즉 사람들이 그들의 객관적인 성취를 "어쩌면 그랬을지"와 비교한다는 것이다. 은메달 수상자의 반사실적 사고는 금메달에 집중되어 있고, 반대로 동메달 수상자의 반사실적 사고는 어쩌면 메달을 따지 못했을 수도 있는 상황에 더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1992년 하계 올림픽의 메달 수여식을 녹화하여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메달리스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행동을 "고통"으로부터 "황홀"까지 10단계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경기 직후 은메달리스들과 동메달리스트들은 평균적으로 각각 4.8점과 7.1점을 받아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보다 뚜렷하게 행복했음을 증명하였다.
2010년 2월 14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3일차 시상식에서 캐나다의 제니퍼 하일이 은메달을, 미국의 한나 키어니가 금메달을, 미국의 섀넌 바크가 동메달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츨처: Scientic American, https://blogs.scientificamerican.com/thoughtful-animal/why-bronze-medalists-are-happier-than-silver-winners/)
브론즈 색은 무슨 색일까?
브론즈색은 말 그대로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브론즈(청동) 색을 말한다. 색상표에서는 Hex color code로 #CD7F32 그리고 RGB 색상으로는 (205, 127, 50)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노란빛이 도는 갈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합금의 정도에 따라 그리고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기 때문에 사실은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붉은 핑크빛이 도는 구리 색보다는 브론즈 색은 노란빛이 있는 갈색의 보다 깊은 색조를 지니고 있다.
인류의 선사 시대를 구분할 때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었던 재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석기시대를 지나 불을 사용하여 금속을 녹여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청동이었으며 이 시기를 청동기 시대 (Bronze age)라고 한다. 그만큼 청동은 우리 인류와 오래전부터 가까웠던 금속이었다. 현재는 청동으로 만든 많은 조각상들이 남아 있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청동은 동상을 만들 때 주조 틀 안에서 쇳물이 식으면서 굳기 직전에 팽창하여 주조 틀에 조각된 미세한 디테일 부분까지를 채운 후 냉각되면서 약간 수축하기 때문에 뛰어난 디테일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며, 구리보다 단단하여 오랫동안 마모되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기 좋은 재료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미론이 제작한 <원반 던지는 사람>, 우리나라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신라 <성덕대왕신종>,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인 청동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각상들은 어두운 갈색빛을 지니기도 하고 녹청색을 띠기도 하며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파티나(patina)라고 부르는 표면의 색 때문이다. 막 주조된 브론즈는 금색에 가까운 색이지만 청동 속의 구리가 주변의 공기와 화학반응을 하면서 어두운 갈색 혹은 녹청색의 파티나를 만든다. 파티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인공적으로 색을 내기 위해 만들기도 한다. 인공적 처리의 대표적인 방법은 ‘리버 오브 설퍼(Liver of Sulphur)’라고 부르는 다양한 유황 화합물을 사용하여 화학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색을 얻는 것이다. 자연적인 파티나의 대표적인 예는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라 할 수 있다. 1886년에 완공된 자유의 여신상은 1900년대 초의 사진에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동전처럼 칙칙한 갈색이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인 파티나가 만들어지고 지금의 멋진 녹색을 가지게 되었다. 이 녹색의 파티나는 구리의 산화물로 일종의 표면 보호막이 되어 더 이상 산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브론즈상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브론즈 색의 심리학
브론즈 색은 갈색과 유사한 계열의 색이기 때문에 갈색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브론즈가 전통적인 금속의 색인 것처럼 브론즈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소 보수적이지만 우아하고 세련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브론즈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근면하고 일에 대한 보상을 받기를 원하며 성취욕도 높다. 또한 질서와 의무 및 규율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브론즈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향이 있고, 공동체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며, 부정에 적극으로 대항하는 편이다. 모든 색이 그러하듯 브론즈 색의 부정적 측면도 있다. 즉 갈색의 부정적 측면인 짜증, 야망, 뻔뻔함의 특성이 있으며, 질투, 조작, 위선, 냉소 등의 부정적 성격과도 연결되어 있다. 브론즈 색 혹은 갈색 계열의 로고를 사용하는 회사로는 초콜릿 회사인 M&M과 Hershey’s가 있으며, 캡슐커피로 유명한 네스프레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등이 있다.
브론즈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 해온 금속으로 묵묵히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특별한 색을 지니고 있다. 밝은 갈색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감에 따라 점차 어두운 갈색으로 변해가고 때로는 독특한 녹색조로 변하여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브론즈 색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이 글은 세아그룹의 사보 <세아 가족> 2022년 11-12월호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