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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23. 2022

겨울비-1

겨울비-1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320s, ISO 200


이제 박제가 되어
가지 끝에 남아있는 
갈색 단풍잎

겨울 속에서도 

가을의 그림자로 남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채웁니다.


그 추억 위에

겨울비가 내리면

가을의 추억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무들도 겨울이 없으면 

나이테를 만들지 못하듯,

삶에서도 

때로는 추운 겨울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듭니다.




겨울비정용진


초록 잎으로 태어나서

뜨겁고 붉게 살다가

지금은 갈색으로 변하여

모토(母土)로 돌아가려는 나뭇잎들 위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떠나가려는 자의 어깨 위를

토닥여주는 부드러운 손길

어느새 가지마다 맺힌 이슬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다.


나의 창가에는

낙엽을 떨구고

또 하나의 생명들을 예비하면서

설월한풍(雪月寒風)을

온 몸으로 견디는 벗은 나목들...

동구 밖에 어스름이 깔리기 전

그리움을 남기고 떠난 너의

회귀(回歸)의 발소리가 그립다.


들녘에는 여명의 아침을 위하여

낡은 추억을 몰고 떠나가는

바람소리로 가득하다.

아직도 창밖에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비 #박제가_된_단풍 #추억 #동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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