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나무 열매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500s, ISO 200
눈이 없는 겨울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눈이 내리면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도
잘려 버려진 통나무도
마술처럼 새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붉은 사철나무 열매들도
눈과 함께라면
봄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얼마 남지 않은 날들 위에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지나간 날들
어렵고 힘들었던 모든 날들을
사철나무 열매처럼 아름답게
기억하라고.
성탄절과 함께 찾아온 눈은
하늘이 보낸 축복입니다.
눈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었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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