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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Dec 24. 2022

눈-1

사철나무 열매

눈-1, 사철나무 열매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500s, ISO 200


눈이 없는 겨울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눈이 내리면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도

잘려 버려진 통나무도

마술처럼 새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붉은 사철나무 열매들도

눈과 함께라면

봄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얼마 남지 않은 날들 위에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지나간 날들

어렵고 힘들었던 모든 날들을

사철나무 열매처럼 아름답게

기억하라고.


성탄절과 함께 찾아온 눈은

하늘이 보낸 축복입니다.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 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었다 해도




#눈 #사철나무_열매 #눈이_있어_아름다운_겨울 #성탄절 #하늘의_축복 #동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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