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삶-12

박주가리 열매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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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겨울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겨울이

조용히 묵상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주가리 열매에게 겨울은

가슴을 활짝 열고

온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계절입니다.


가슴에 꼭꼭 담고 있던

소중한 씨앗들을

때가 되면 가슴을 열고

고이 접었던 날개를 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게 하는

박주가리 열매.


자연과 숲은 한겨울에도

죽음 같은 무채색 표정 속에서

열심히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Pentax K-1/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mm, ƒ/3.5, 1/6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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