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6

겨울 나무와 초승달

by 박용기
124_0195_123_0189-st-m-s-Winter Reflections-6.jpg


초저녁이 더 저물어

서쪽하늘이 짙은 쪽빛으로 물들면

달은 더 낮아져

겨울나무 가지에 걸립니다.


하지만 실낱같은 하얀 달은

그 빛이 선명해지면서

서산 너머 둥지로 잠을 자러 떠나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생각이 선명해지는 시간

하루를 돌아보며

내일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달이 있어

꽃이 없는 겨울도

하늘에는 꽃이 핍니다.



초승달 / 박경화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까만 새 한 마리

허공에도 가시가 있어

더러는 긁히고 찢길 일 있을 텐데

하늘을 밀어 올리는 저 힘

작은 몸 어디에 숨겼을까

이정표 없는 하늘이라 길을 잘못 들지도 몰라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생의 한나절을 헤맨 나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간다

가다가 쉬고 싶은 간이역 있을 법한데

허공에 길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가장 무서운 적,

비행기를 피하지 못한 것은

가던 길 멈추지 못하고 에두를 줄 모르는

날갯짓의 순행順行 때문 아닐까

순간!

튕겨져 나온 빛, 한줄기

초저녁 서녘하늘에 또렷이 찍힌

새의 지문




#겨울_달 #초승달 #겨울나무 #초저녁 #서쪽_하늘 #하늘의_꽃 #포토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단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