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와 초승달
초저녁이 더 저물어
서쪽하늘이 짙은 쪽빛으로 물들면
달은 더 낮아져
겨울나무 가지에 걸립니다.
하지만 실낱같은 하얀 달은
그 빛이 선명해지면서
서산 너머 둥지로 잠을 자러 떠나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생각이 선명해지는 시간
하루를 돌아보며
내일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달이 있어
꽃이 없는 겨울도
하늘에는 꽃이 핍니다.
초승달 / 박경화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까만 새 한 마리
허공에도 가시가 있어
더러는 긁히고 찢길 일 있을 텐데
하늘을 밀어 올리는 저 힘
작은 몸 어디에 숨겼을까
이정표 없는 하늘이라 길을 잘못 들지도 몰라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생의 한나절을 헤맨 나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간다
가다가 쉬고 싶은 간이역 있을 법한데
허공에 길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가장 무서운 적,
비행기를 피하지 못한 것은
가던 길 멈추지 못하고 에두를 줄 모르는
날갯짓의 순행順行 때문 아닐까
순간!
튕겨져 나온 빛, 한줄기
초저녁 서녘하늘에 또렷이 찍힌
새의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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