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던 집에는
창호지를 바른 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새 창호지로
문을 바르고
어머니는 손잡이 근처에
국화잎을 넣어 장식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면
꼭 맞지 않는 문틈으로
찬 바람이 사정없이
스며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틀의 나무가 숨 쉬듯
계절에 따라 불어나고 마르며
세월 따라 만들어진 문틈.
봄이면 봄바람과 꽃향기가 스미고,
때로는 이웃의 음식 냄새나
인기척이 스며들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소통의 통로였는지도 모릅니다.
겨울에는 춥고 불편했지만,
그 틈은 완전히 막히지 않은
삶의 온기가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요즘 아파트의 문은 정교하여
문틈이 거의 없습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문은
바람과 소음을 차단했지만,
이웃과의 소통도 함께 차단했습니다.
그 안에 사는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빈틈없이 닫힌 문을 닮았습니다.
젊은 날의 저 역시
문틈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문처럼
문틈이 다시 생깁니다.
몸의 기운이 세고,
기억이 느슨해지며,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에는 감추려 했던
그 틈들이 벌어지면서
겨울바람이 스며듭니다.
하지만
그 틈으론
바람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햇살도 들어오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의 따뜻한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나이 듦이란
닫히는 과정이 아니라,
삶이 조금씩 더 열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고 완벽함을 잃은 대신,
느림의 편안함을 얻고,
나 자신을 믿는 대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게 되는
신비로움의 시간입니다.
나이 듦이란
그렇게 오래된 문틈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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