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7

문틈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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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던 집에는

창호지를 바른 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가을이면 새 창호지로

문을 바르고

어머니는 손잡이 근처에

국화잎을 넣어 장식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면

꼭 맞지 않는 문틈으로

찬 바람이 사정없이

스며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틀의 나무가 숨 쉬듯

계절에 따라 불어나고 마르며

세월 따라 만들어진 문틈.


봄이면 봄바람과 꽃향기가 스미고,

때로는 이웃의 음식 냄새나

인기척이 스며들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소통의 통로였는지도 모릅니다.

겨울에는 춥고 불편했지만,

그 틈은 완전히 막히지 않은

삶의 온기가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요즘 아파트의 문은 정교하여

문틈이 거의 없습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문은

바람과 소음을 차단했지만,

이웃과의 소통도 함께 차단했습니다.


그 안에 사는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빈틈없이 닫힌 문을 닮았습니다.


젊은 날의 저 역시

문틈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문처럼

문틈이 다시 생깁니다.


몸의 기운이 세고,

기억이 느슨해지며,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에는 감추려 했던

그 틈들이 벌어지면서

겨울바람이 스며듭니다.


하지만

그 틈으론

바람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햇살도 들어오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의 따뜻한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나이 듦이란

닫히는 과정이 아니라,

삶이 조금씩 더 열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고 완벽함을 잃은 대신,

느림의 편안함을 얻고,

나 자신을 믿는 대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게 되는

신비로움의 시간입니다.


나이 듦이란

그렇게 오래된 문틈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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