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6

변산바람꽃

by 박용기


이 봄엔

이 꽃들을 만났으니

더 이상 야생화 생각을 접기로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무주 적상산에 너도바람꽃이 피었다고 알려주었지만,

갈 수가 없어

바람꽃 중 변산바람꽃이

제일 예쁜 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다행히

옅은 구름도 끼고

바람도 거의 안 불어

이렇게 작고 낮은 꽃을

사진에 담기에 좋은 날이었습니다.

더욱 감사할 일이지요.


바람꽃이라는 이름의 꽃들이 참 많습니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풍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언젠가 한 번씩 만나보고 싶지만

그냥 바람꽃처럼 살다 가라는

김승기 시인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바람꽃으로/김승기


되돌아보면

흐르는 바람이었어

움켜쥘수록 깊어지는 허공

세월만큼 커지는 모든 것이 바람이었어

올라야 하는 길이었다고 자위하면서도

그러나 부질없는 것이라고

너무 쉽게 놓아버린 몸짓이었어

꽁꽁 얼어붙은 땅에도 봄이 와서

싹 틔우고 꽃 피워 향기 날리는데,

욕심의 굴레를 벗는다는 것이

더 큰 굴레를 만들었어

다시 산을 오를 때는

한 가닥 남아 있는 마음마저도 내려놓아야 할까

바람꽃으로 피어 온몸을 맡길 수 있을까

얼마큼이나 움켜쥘 허공이 놓여 있을까

마음을 비우는 연습

이제는 접어야지


산을 내려온 지금

또 다른 생의 한 길목에서

바람꽃으로 거기 있었음을 생각한다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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