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17

수선화

by 박용기


무주 카페의 양지바른 정원에

작은 수선화들이 피었습니다.


봄 햇볕이 너무 밝아

사진 찍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풀밭에 쭈그리고 앉아

낮은 키의 수선화와

눈 맞춤을 하면서

나도 잠시 봄꽃이 되어보았습니다.


수선화를 좋아해

봄이 되면 여러 번

화분에 심어놓은 작은 수선화를 사곤 했습니다.

하지만 꽃이 시들고 나면

그 이듬해에는

잎만 돋아날 뿐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야외 정원에서는 잘 번식한다는데

발코니 정원에서는

겨울이 너무 따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추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야만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제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수선화처럼,

우리의 삶도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더 깊고 멋진 인생의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선화, 그 환한 자리 / 고재종


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올리다니!


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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