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16

봄까치꽃 Veronica persica

by 박용기


이른 봄 풀밭을 들여다보면

쑥이 쑥 올라오고

그 옆에 봄 하늘을 닮은

작은 꽃이 피어납니다.


정식이름은 '큰개불알풀'이지만

이해인 수녀님이

봄까치꽃이라 불러주어

멋진 우리말 이름을 얻게 된 꽃입니다.


아직도 정명으로 되어있는 큰개불알풀은

이 꽃의 일본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일제의 잔재라고 합니다.


물론 오래 불려 온 이름을 바꾸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이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일들은

식물학자들과 국어학자 그리고 문인들이 힘을 합쳐

우리 스스로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갈 때란 생각이 듭니다.


예쁜 이름을 지어준

이해인 수녀님께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온 이 봄에도

봄까치꽃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봄까치꽃/ 이해인


까치가 놀러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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