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21

목련 Magnolia

by 박용기


흰 목련이 피었습니다.

아니

흰 목련이 이제 지고 있습니다.


겨우내 꽃봉오리를 기다리게 하는

긴 예고편을 상영하더니,

봄이 되니 나뭇가지 끝에

흰 연꽃이 영화처럼 피어났습니다.


하지만

본영화는 아쉽게도 짧기만 합니다.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이름의 목련(木蓮).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고 목필(木筆)이라고도 합니다.


이대흠 시인은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을 목련이라고 한다는데,

하늘을 우러러 피어나는

목련을 보며

나에겐 무엇이 목련일지

아니 목련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그분의 은혜로

감사히 마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목련/ 이대흠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목련꽃 송이마다 마음을 달아두고 하늘빛 같은 그 사람을 꽃자리에 앉혀야지 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어찌 꽃으로 울지 않겠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이대흠 시집『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창비 2018)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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