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22

살구꽃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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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전

살구꽃이 핍니다.

얼핏 보면 매화를 닮은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릅니다.


가장 쉽게 구별하는 법은

꽃받침을 보는 것입니다.

매화는 꽃받침이 꽃에 딱 붙어 있지만

살구꽃은 꽃이 피고 나면

꽃받침이 살짝 들려 뒤로 젖혀집니다.


꽃이 지면 초록의 열매가 열리는데

초록 매실과 살구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살구는 곧 노랗게 익어갑니다.


저희 동네에는 매화보다는

살구꽃이 많습니다.

살구나무가 가로수인 멋진 작은 길도 있습니다.

한때는 사람들이

초록 살구를 매실로 알고

열심히 따던 때도 있었습니다.

매실청 대신 살구청을 담으셨겠지요.


그런데

얼마 전 반짝 꽃샘추위에

벌써 살구꽃들이 모두 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동네에는

벚꽃이 가득 피어 꽃동네를 만들었지만,

벚꽃도 지면서

봄꽃 잔치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겠지요.

3월이 가듯이.....




살구꽃의 계절 / 배동현


그리움이란

4월 논두렁의 아지랑이 같은 것

허연 허벅지 들어 낸 바람 든 계집같이

하얀 살구꽃

코끝 시리는 찬바람 맞으며

노란살구열매 자궁 속에 감추고 기다리는 짓


어느 누군들 그리운 마음 없으랴마는

어느 여자인들 그리운 흔적들

먼저 보듬고 싶지 않겠냐 만은


봄바람 한줄기

따뜻한 그리움 속에 쏟아지면

맺힌 울음 크게 터트리며

포동포동 살찐

생명의 부활로 피어날지니

때때로 그리움에 지친 나무들에게

그리워 해 볼만하다고

흐트러진 인고의 자랑 뽐내며

기다리는 살구꽃의 계절이사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70mm, ƒ/3.5, 1/16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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