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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27. 2020

나를 붙잡는 순간들-26

황화코스모스 -1

나를 붙잡는 순간들-26, 황화코스모스-1


오래전
왼쪽 윗니 5개가 집단으로 문제를 일으켜
가출을 했습니다.



잇몸 속 뼈가 부실해

동네에서는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치과에서

뼈를 만드는 기초공사부터 시작한 게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19의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고

여러 번 조심조심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다녀

드디어 얼마 전에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비어있어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빈자리에

이들이 돌아오니

오히려 어색하고 살짝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보니

이제 마스크를 하고 사는 일도 제법 익숙해져 갑니다.


좋든 싫든 오래 하다 보면

뭐든 익숙해지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익숙해진다'는 게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대전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가에서

황화코스모스가 가득 핀 꽃밭을 만났습니다.


차를 잠시 길가에 세우고

코스모스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많은 꽃송이 중에

유독 존재감이 느껴지는 아이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올해엔 코스모스 밭을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마치 발레 공연의 여자 주인공이

토슈즈  끝으로 곧곧이 서서 우아하게 회전을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빠져있었습니다.




코스모스의 노래-자화상/ 박라연


가을이 아니어도

코스모스 너는 꿈꾸어도 좋다

빛나는 비늘 온몸에 달아줄

한이 깊어서 숱이 많은 지느러미

풀어라 강물에 긴 머리카락처럼

뜨거운 살갗에 감겨오는 추운 물살

껴안고 흘러라 물줄기는 달라도

감꽃 오돌께 소문이 분분한 고향 빨래터에서

씻어라 네 슬픈 눈을




#나를_붙잡는_순간들 #황화코스모스 #대전천변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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