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
젊은 날부터 오랜 시간 일했던 연구소에는
가을이 참 풍성했습니다.
특히 안테나가 서 있던 언덕에 오르는 길은
서어나무, 벚나무 그리고 단풍나무들이
아침이면 이렇게 금빛 주단을 깔아 놓고
가을로 나를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사진을 찍으며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초대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젠 퇴직을 하여
이 가을엔 그 길의 초대를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 길을 따라 세월이 벌써 참 많이도 흘렀나 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몇 년 전에 찍어놓은 사진으로 그 길을 돌아봅니다.
그때 찍어 제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에
폐친인 김남희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뿌려놓기도 했습니다.
이제 사진으로 붙잡아 둔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추억의 가을 여행을 떠납니다.
가을 길 / 김남희
사각사각 가을이 떠나는 소리
울지 말고 잘 있으라
꼭 올 테니 기다리라고
단풍 하나 떨구며 뒤돌아 보고
또 하나 떨구며 손 흔들고
이별 아닌 배웅이란 약속을 믿고
몰래 울다 웃어 보이다
내 가슴은 어느새 단풍으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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