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산책-2

쥐똥나무꽃 border privet

by 박용기


여름에 들어서면

하얗게 피어나는 쥐똥나무 꽃들이

초여름의 향기를 바람에 날립니다.


늘 이 꽃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참 예쁘고 향기로운 이 꽃에

'쥐똥'이라는 좀 거부감이 가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꽃이 지고 열매를 보면

수긍이 가긴 하지만......


보통 길가나 정원 가장자리에 심어

늘 그만한 키로 잘리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백승훈 시인도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고생하는

이 나무가 안되어 보였나 봅니다.


그런데 나무들은 참 신기합니다.

잘려도 다시 싱싱한 잎이 나고

구김살 없는 예쁜 꽃이 피어나니 말입니다.


동물들처럼 움직일 수는 없어도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의 의연함 속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느낍니다.


올해에도 쥐똥나무엔 하얗게 꽃이 피어

싱그러운 초여름을 맞이합니다.



쥐똥나무꽃/ 백승훈


쥐똥나무는

사람들 이기심 때문에

평생을 울타리로 살아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정원사의 가위에 수없이 잘리고 깎여도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다만 여름 길목마다

보란 듯 하얗게 꽃을 피워

맑고 그윽한 향기로

온몸으로 세웠던

안과 밖의 경계를 지울 뿐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640s, ISO 200


#정원_산책 #쥐똥나무 #향기 #초여름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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