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는 순간들-29, 메밀꽃황화코스모스 꽃밭에 놀러 온
메밀 한 포기가 꽃을 피웠습니다.
이 꽃을 보면 저절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르고
눈 앞에는 하얀 메밀꽃밭이 펼쳐집니다.
멀리 봉평까지 갈 수는 없어서
하얀 꽃을 머리에 이고
조금은 생뚱맞은 곳에 외롭게 서있는
이 아이가 더 반갑습니다.
오래전 평창에 갔다
이효석 마을과 봉평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소설의 배경을 그대로 볼 수는 없지만,
정말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핀 메밀밭과
봉평 대하장은 남아 있었습니다.
대하장에서 먹어 보았던 시골 할머니의 배추전도 생각납니다.
비록 코스모스 꽃밭에 놀러 온
한 포기의 메밀꽃이지만,
음식에 한 꼬집의 소금이 뿌려져 맛을 돋우듯....
이 가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행복은 어쩌면 이렇게
소소한 것들이 마음에 들어와 만들어지는
마음속의 화학작용인가 봅니다.
메밀꽃 필 무렵 -또 하나의 사랑 /전소영
메밀꽃 필 무렵이면
소금을 뿌린 듯 달빛이 하얗게 흩어집니다.
애잔한 꽃향기 산허리에 흐르고
가슴 속엔 메밀 대궁처럼
붉은 그리움이 돋아나
가슴을 쪼개어 소금을 뿌려 대던
눈물어린 세월이 강물처럼 밀려듭니다.
봉평에서 대화 장
달빛 젖어 내리는 산 길 칠십 리
그대 아린 가슴을 도려내어
그 짧고 기막힌 인연의 끈을 이었기에
나귀는 철굽을 수만 번 갈았습니다
무명필 주단 바리 차곡차곡 접어 넣어도
그리움에 젖어 강물은 흘러가고
인연 따라 걸어가는 산허리 길
산길도 여름 장 나귀도 지금은 없지만
옥수수 잎새에 달 빛 짙푸르게 흐를 때
반평생 기다림을 채찍에 감아 휘두르면
방울 소리만 메밀밭으로 하얗게 흩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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