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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2. 2020

Poetic autumn-1

참취 꽃

Poetic autumn-1, 참취 꽃
참 오랜만에
계룡산 갑사에 갔다.

'봄 동학사,  가을 갑사'라는 말이 있듯이

벚꽃 피는 봄에는 동학사 가는 길 가의 봄빛이 아름답고,

단풍 드는 가을에는 갑사 오리길의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입구에서 갑사까지 이어지는 2 km 정도의 오리숲은 

단풍이 절정이 아니었다.

힘들다는 외손녀를 다독여가며 갑사까지 간 뒤

철당간 지주가 서있는 곳으로 내려와

계곡 옆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전과 도토리묵을 파는 오래된 작은 집 주변에는

조금 먼저 온 가을빛이 머물고 있었다.

이제는 끝물이 된 구절초와 참취 꽃도 남아있고,

단풍도 붉게 물들어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가을을 곱게 담고 피어있는 참취 꽃은

절정의 시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가을을 투영하고 있었다.


이제 11월.

가을의 아름답고 고운 빛은

오래지 않아 조심씩 퇴색하고

찬바람에 밀려날 것이다.


남아있는 날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어쩌랴.

시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진 속에 담아 남겨둘밖에.


남은 가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음과 사진 속에 담아두어야겠다.



11월의 기도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 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 인양 알게 하소서!
 



#시적인_가을 #poetic_autumn #참취꽃 #갑사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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