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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3. 2020

Poetic autumn-2

낙엽

Poetic autumn-2, 낙엽


갑사를 지나 산길로 내려가다
세월의 흔적이 이끼처럼 묻어있는 돌 하나를 만났다.



사리를 모시던 부도의 받침이었을 것 같기도 한 납작한 돌.

그 위에

한 해의 생을 마감하고

쉼을 찾은 가을 잎이

편히 누워 쉬고 있는 오후


가을 햇살은 따스이 낙엽을 어루만진다. 


그 앞에 잠시 앉아 보고 있노라니 

낙엽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방하착(放下着)
'마음을 내려놓아라'


산사 가까이에서 한 해를 지내면서

가을 잎은 벌써 득도를 했나 보다.


낙엽이 저 돌 위에 내려앉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낙엽/ 오세영


*

이제는 더 이상

느낌표도 물음표도 없다.

찍어야 할

마침표 하나.


다함없는 진실의

아낌없이 바쳐 쓴 한 줄의 시가

드디어 마침표를 기다리듯

나무는 지금 까마득히 높은 존재의 벼랑에

서 있다.


최선을 다하고

고개 숙여 기다리는 자의 빈손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빛과 향으로

이제는 神이 채워야 할 그의 공간,


생애를 바쳐 피워올린

꽃과 잎을 버리고 나무는

마침내

하늘을 향해 선다.


여백을 둔 채

긴 문장의 마지막 단어에 찍는

피어리어드.




#시적인_가을 #poetic_autumn #낙엽 #방하착 #갑사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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