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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4. 2020

Poetic autumn-3

산국

Poetic autumn-3, 산국


누구라도 시인이 되는 계절.

이 가을이 깊어간다.



갑사로 가는 오리숲으로 가다

조금 한적한 옆길로 빠져나가면

자연관찰로로 이어진다.


이 길 초엽에 있던 작은 야생화 밭은

언제부터인가 이미 폐업 상태다.


그래도 산국 몇 그루가 남아

나를 반겨주었다.


이날도 아내와 외손녀를 모시고 간 처지라

꽃 앞에 마냥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적당한 간격 유지는 필수.

잠시 사진에 꽃을 담은 후엔

빠른 걸음으로 뒤좇아가야 한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고맙게도 등에 한 마리가 날아와

모델 노릇을 해 주어 짧은 시간에

나름 괜찮은 구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때때로 이렇게

어디에선가 나를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그분의 손이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


가을 향이 은은한 산국 앞에 서면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고

누구라도 시인이 되는 계절.


이 가을이 깊어간다.



당신 /김용택


작은 찻잔을 떠돌던
노오란 산국(山菊)향이
아직도 목젖을 간질입니다

마당 끝을 적시던
호수의 잔 물결이 붉게 물들어
그대 마음 가장자리를 살짝 건드렸지요

지금도 식지 않은 꽃향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돕니다

모르겠어요
온 몸에서 번지는 이 향(香)이

山菊(산국)내음인지
당신 내음인지‥

나, 다 젖습니다




#시적인_가을 #poetic_autumn #산국 #갑사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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