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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19. 2023

정원 산책-8

장미 Pink Roses


지난 5월 말에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CT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영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장에 부담이 없을지를 알기 위해

혈액검사를 최소 1시간 30분 전인 

오전 8시에 해야 했습니다. 

혈액 검사를 하고도

금식을 유지해야 해서 

그 시간 동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치과병원 앞에

아담한 장미 정원이 있어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그리 넓지는 않은 장미원이지만

오목조목 많은 장미들이 가득 피어있어 

1시간 30분은 오히려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꽃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음을

새삼 감사하면서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장미원 바로 옆에는

간호대학이 있어

학생들이 막 등교하는 시각이었습니다.

가득 핀 장미와 함께

모처럼 젊은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밝아졌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조금 놀란 건

등교하는 학생들 속에는

심심치 않게 남학생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나 때는'  

간호대학에 남학생은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를 실감했습니다. 


병원의 장미화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암을 이겨내면서도

긍정적인 시어로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물하는 시들.

그분의 시어들은

20년이 넘게 병원에 정기적으로 오고 있는 저로서는

동지애가 느껴져 

더욱 가슴에 와닿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모든 분들,

또한 그런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따뜻한 시어로 힐링을 선물하는

이해인 수녀님에게

장미 한 다발을 선물합니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 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든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뉘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 처럼 찍혀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


"살아야해, 살아야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0s, ISO 100


#정원_산책 #장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미원 #몸과_마음이_아픈_사람들 #의사 #간호사 #이해인수녀님 #장미_한_다발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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