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산책-18

눈개승마 Aruncus dioicus/ goat's beard

by 박용기


원래 산속에서 사는 눈개승마가

딸이 사는 서울의 아파트 정원에 나타났습니다.

아마 꽃이 예뻐 이제는 화초로 재배를 하나 봅니다.


눈개승마는 장미과에 속하는데

암수딴그루라고 합니다.

학명이 Aruncus dioicus인데

속명인 Aruncus는

산양의 수염을 뜻하는 고대 라틴어 aeuncus에서 왔으며,

종소명 dioicus는 '암수딴그루'를 의미합니다.

영어 이름도 '염소수염 goat's beard'입니다.


봄에 싹은 나물로 먹는데,

드룹, 인삼, 쇠고기의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나물' 혹은 '고기나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암꽃과 수꽃이 피는 그루가 다른데

수꽃이 피는 그루가 수술이 많아 더 풍성하게 보이고,

암꽃이 피는 그루는 더 단정하고 간결해 보인다고 하는데

아마 사진의 꽃들은 단정한 모습으로 보아

암꽃이 피는 그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도 사진을 찍고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아

옆에서 찍은 다른 포기의 사진들을 찾아보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수꽃이 피는 그루 같은

더 풍성한 꽃이 달린 사진도 있었습니다.


꽃시의 대가인 김승기 시인은

눈개승마 앞에서

또 다른 느낌을 느꼈나 봅니다.


125_8067-80-st-s-A walk in the garden-18-2.jpg 수꽃으로 보이는 눈개승마




눈개승마 앞에서/ 김승기


엊그제 꽃 피었단 소식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이미 한쪽은 알 품어 배가 불러오고

첫정을 내준 다른 한쪽에선 싯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어느새 사랑을 했었나?


순식간에 꽃 피어 이삼일 반짝 향기 풀풀 날리더니

남자의 순정 빼앗아 가로채고는

언제 사랑을 했느냐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여자의 등 뒤에서

사랑이 하염없이 울고 있다


정을 나눈 후 신랑 잡아먹는 버마재비의 사랑 같다


눈개승마

장미과의 유일한 암수딴그루

자연이 요지경 속이란 건 진즉이 알았지만

식물세계에서조차 슬픈 수컷의 숙명


내 자식 낳아준다는 명분 하나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사랑


친부모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처가에겐 목숨 내놓고 잘해도

여차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대판 모계사회


남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사내의 운명이 울고 있다





Pentax K-1 /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00s, ISO 100


#정원_산책 #눈개승마 #암수딴그루 #암꽃 #수꽃 #삼나물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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