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산책-20

뜰보리수 cherry silverberry

by 박용기


뜰보리수 열매가 붉게 익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6월 초였습니다.

하루에 한 장

나름 사연을 담아 올리다 보니

계절에 뒤쳐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사람들이 좀 헷갈리는 나무입니다.

우선 보리수인지 뜰보리수인지,

그리고 석가가 깨우침을 얻은 장소가

보리수나무 밑이라고 하는데

그 보리수와

또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Lindenbaum)와는

같은 나무인지?


결론부터 말하면 다 다른 나무들입니다.


우선 인도의 보리수는

인도 무화과의 한 종류로

학명은 Ficus religiosa입니다.

'ficus'는 무화과라는 뜻이고

'religiosa'는 종교적이란 뜻입니다.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깨닫다'라는 말이 '보디'라고 합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나무 즉 보디수(樹)가 되고

한자로 '보제수(菩堤樹)'라 쓴다고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보리수라 부르게 된 거죠.


그런데 이 나무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이 나무와 닮은 나무로 피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를 달피나무 혹은 보리자나무라고도 하는데

이 나무를 보리수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슈베르트의 Lindenbaum 역시

인도의 보리수가 아니라

유럽 피나무라고 합니다.


이 사진의 뜰보리수는

열매 속의 씨앗이

보리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뜰보리수를 어떤 사람들은

그냥 보리수로 부르기도 하는데,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뜰보리수라는 나무로

산에서 가끔 자생하는 보리수와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산에 있는 야생은 열매도 작고

특히 열매가 가을에 익지만

뜰보리수는 열매도 더 크고

6월에 붉게 익어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여름에 붉게 익어

세콤 달콤한 맛을 선물하는 뜰보리수는

가을에 익는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새들에게 간식을 제공하여

씨앗을 일찌감치 퍼뜨리기 위한

틈새전략을 구사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올해에도 붉은 열매를

한 주먹 따다

아내와 외손녀와 먹었습니다.

입안에서

달콤, 시큼 그리고 떫은맛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여름은 장마와 무더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싱그러운 붉은 열매가 달리고

가을의 탐스러운 열매를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니까요.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이 채


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

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

넉넉한 당신의 마음은

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


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

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

꿋꿋한 당신의 모습은

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


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

나는 지친 날개 펴고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

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


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

기쁨의 목소리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당신은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

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

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

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6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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