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기탈리스 Digitalis purpurea
지루하던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입니다.
우리의 여름은
축축하고 꿉꿉한 장마와
그 뒤를 이어 오는 찜통더위로 허덕이면서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여름날
그래도 정원의 꽃들은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긴 꽃대에 작은 종들을 가득 매달고 피어나는 꽃
디기탈리스도 여름꽃 중 하나입니다.
학명이 Digitalis purpurea입니다.
고향은 헝가리, 루마니아, 발칸반도 등
서유럽과 남유럽이 고향입니다.
저는 종처럼 보이는데
서양사람들은 꽃 모양이
장갑의 손가락 모양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장갑의 손가락이라는 라틴어 'digitus'와
자주색이라는 뜻의 라틴어 'purpura'가 합해진 이름입니다.
꽃말은 '열애' 혹은 '나는 애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이어서
사랑고백을 할 때 딱 맞는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고백을 하려면
'나대지마 심장아'를 주문처럼 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꽃에서 추출한 약 성분인 디기톡신(digitoxin)은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키는 데 있어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1871년에 Nativalle라는 사람이 유효성분을 추출한 이후
지금까지 심부전증을 비롯한 심장질환에
빠짐없이 처방되는 '심장병약방의 감초'라고 합니다.
그래서 '심장병풀' 또는 '심장풀'이라는
우리말 이름도 있습니다.
약효과가 강해 심하면 심정지를 유발할 정도의 독약이라니
사랑고백을 하기 전
아무리 심장이 두근거려도
꽃 향기 정도만 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정일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꽃이 피었다 지는 슬픔보다도
나무들이 바람에 우는 아픔보다도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사랑하며 기다리는 것이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것이
내 사랑의 전부라 할지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라
흐르는 눈물 손가락에 찍어
빈 손바닥 빼곡하게
뜨거운 그대 이름 적어 보느니
내 손금에 그대 이름 새겨질 때까지
그대 내 손금이 될 때까지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mm, ƒ/3.5, 1/125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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