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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17

장미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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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다 가는데

아직 비가 내립니다.


비 속에 꽃을 보러 가지 못해

초여름에 찍어두었던

작은 장미 사진을 꺼내봅니다.

그리운 사람의 사진을

슬며시 꺼내 보듯이.


사진 속 장미는

아직도 비에 젖은 채

싱그러운 모습으로

다정히 미소 짓습니다.


이제는 벌써 하늘의 별들이 되었을

작은 장미 송이들을

마음에서 지우려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하지만

커다란 눈물방울 매달고 있는

꽃 한 송이는

차마 보내지 못해

마음속에 남겨둡니다.




장미의 날 /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 놓고
몇 달 꽃 피울 때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비유인 줄만 알았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 연한 물을 주고
긴 잠 깨어 안심 할 때까지
장미가 말을 한다는 것도
도저히 믿지 않고 살았다
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
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

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
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


그러니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장미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어느 날쯤 못들은 척, 또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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