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원 산책-25

꽃양귀비

by 박용기


길거리 화단에 핀

개양귀비 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바람이 불어

가는 꽃대가 흔들리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에서 반사된 빛이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박성룡 시인의 '양귀비 꽃'을 읽으니

마치 양귀비와 함께 춤판을 벌인

그 옛날 당나라 현종의

궁전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꽃 속에서 시를 느끼고

그 시적인 순간올 사진에 담는 일.

저에게 주어진

작은 재능에 감사합니다




양귀비 (楊貴妃) 꽃/ 박성룡


잡으면 터질 듯한

안으면 더욱 짓이겨 질듯 한 저 꽃이

한때는 중국대륙 전체를 취하게 했던

양귀비 꽃,


일년생 초본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낙일(落日)의 뜰을 훤히 밝히는

재색(才色)의 꽃.


눈을 감으면

당나라 玄宗이 춤을 춘다.

壽王이 미쳐서 춤을 춘다.

양귀비가 알몸으로 춤을 춘다.


흔들면 꺾일 듯한

입술을 갖다 대면

더욱 간드러질 듯한 저 妖態가한때는

중국대륙을 요동치게 했던

앵속(罌粟)과의 한해살이 꽃.


눈감으면

춤을 춘다.

수많은 나체의 군상이

그 둘레에서 춤을 춘다.

숙취하여 춤을 춘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0s, ISO 100


#정원_산책 #꽃양귀비 #길거리_화단 #시적인_순간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원 산책-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