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Water lily
그리고 이별
2023년의 여름은
많은 것들을 남기고
이제 머지않아 떠나갈 것입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여름이지만
이 여름을 돌아봅니다.
7월 초에는
큰형님과 영원한 이별을 하였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형님은
제가 경기중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
저의 과외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형님은
왕십리에 있는 변두리 학교인
무학국민학교에서
경기중학교에 가는 건 좀 어렵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저에게 서울중학교에 원서를 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제 고집이 너무 확고해서인지
결국 제 뜻대로 원서를 내고
천 명이 넘는 졸업생 중
저는 유일하게 경기중학교에 합격을 했습니다.
참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또렷한 걸 보면
제 인생에서 제 노력과 고집으로 이룬
첫 번째 중요한 성과였나 봅니다.
큰형님을 생각하면
늘 그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큰형님을 보내드리고
장지에서 떠나 오기 전
메모리얼 파크의 큰 항아리에 피어있던
흰 수련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꽃처럼 아름다울 천국에서
이제는 편히 안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여름엔 그렇게
슬픔과 이별의 이야기를 남겨놓았습니다.
가수 고 이동원이 불러 잘 알려진
'이별 노래'가 떠오릅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붙인 이곡은
이동원의 목소리와 어울려
가슴 속에 남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이별은 늘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서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하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이별 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0s,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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