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3 여름 이야기-1

수련 Water lily

by 박용기


장마, 무더위, 태풍

그리고 이별


2023년의 여름은

많은 것들을 남기고

이제 머지않아 떠나갈 것입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여름이지만

이 여름을 돌아봅니다.


7월 초에는

큰형님과 영원한 이별을 하였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형님은

제가 경기중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

저의 과외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형님은

왕십리에 있는 변두리 학교인

무학국민학교에서

경기중학교에 가는 건 좀 어렵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저에게 서울중학교에 원서를 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제 고집이 너무 확고해서인지

결국 제 뜻대로 원서를 내고

천 명이 넘는 졸업생 중

저는 유일하게 경기중학교에 합격을 했습니다.


참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또렷한 걸 보면

제 인생에서 제 노력과 고집으로 이룬

첫 번째 중요한 성과였나 봅니다.


큰형님을 생각하면

늘 그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큰형님을 보내드리고

장지에서 떠나 오기 전

메모리얼 파크의 큰 항아리에 피어있던

흰 수련꽃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꽃처럼 아름다울 천국에서

이제는 편히 안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여름엔 그렇게

슬픔과 이별의 이야기를 남겨놓았습니다.


가수 고 이동원이 불러 잘 알려진

'이별 노래'가 떠오릅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붙인 이곡은

이동원의 목소리와 어울려

가슴 속에 남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이별은 늘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서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하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126_4729_31-st-m-2-s-Floral abstract-53-2023 summer sory-1-2.jpg





이별 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500s, ISO 400

#2023년_여름 #큰형님과의_영원한_이별 #흰수련 #중학교_입학시험의_기억 #분당메모리얼파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발코니 가든에 핀 꽃-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