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여름의 코드는
녹색, 비 그리고 무더위
거기에 바람까지.
무더위를 뺀 코드들의 조합은
어떤 형태일까?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위의 빗방울
무더위로 허덕이다
태풍과 함께 비가 오면
더위가 조금 물러가서 좋지만,
비와 바람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강한 나무처럼 살고 싶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풀처럼 사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비바람에 눕지만
부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그런 싱그럽고 유연한 풀잎처럼......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400
#여름_이야기 #풀잎 #빗방울 #바람 #유연함 #동네_산책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