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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이야기 -7

연꽃 Lotus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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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미술학원 건너편

건물 앞에 놓인 큰 항아리 속에서

용케도 꽃대를 올리고 있는

연꽃이 기특하고 반갑습니다.


막 피어나는 연꽃이

연등처럼 불을 밝히는 8월

변변한 연지에도 가보지 못한 이 여름에

동네에서 만나는 연꽃은 그만큼 소중했습니다.


연꽃에 관한 시를 찾다 보니

정호승 시인의 '연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적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서울역 일대가 온통 연꽃 피는 연못이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다음에 서울역에 갈 일이 있으면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연꽃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연꽃/ 정호승


남대문과 서울역 일대가

온통 연꽃으로 만발한 연못이었다는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자리에

지천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의 연못 자리가

바로 지금의 서울역 자리라는

그런 사실을 안 순간부터

서울역은 거대한 연꽃 한 송이로 피어나더라

기차가 입에 연꽃을 물고 남쪽으로 달리고

지하철이 연꽃을 태우고 수서역까지 달리고

진흙 속에 잠긴 인수봉도 드디어

연꽃으로 태어나

서울에 연꽃 향기 진동하여라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15mm, ƒ/3.5, 1/160s, ISO 200


#여름_이야기 #연꽃 #동네 #정호승 #서울역_연꽃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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