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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이야기-18

수국 Hydrangea macrophylla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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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무더위로 달궈진 대지를 식혀주는

늦장마비가 내립니다.

8월이 가면서 더위도 서서히 물러나겠지요.


비 개인 한여름에 아파트 화단에서 만난

수국과 영롱한 빛으로 반짝이는

큰광대노린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둥그렇게 모여 핀 수국 꽃을 보며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을 본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맑고 고운 마음을 배웁니다.


각자 떨어져 좌정하고 명상에 잠긴 작은 빗방울들

세상의 빛을 모아 보석처럼 빛나는 옷을 입고

수국 잎에서 한낮의 오수를 즐기는 큰광대노린재

수국의 환한 미소와 참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이런 모습을 만날 수 있던 여름도 이제

서서히 가을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제 9월이니까요.





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30mm, ƒ/3.5, 1/400s, ISO 200


#여름_이야기 #수국 #큰광대노린재 #빗방울 #늦여름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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