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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이야기-19

미국자리공과 배추흰나비 Phytolacca decandra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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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미국자리공꽃과 배추흰나비 한 마리


세상은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흰 꽃과 흰나비의

은밀한 만남이 신비롭습니다.


미국자리공은

미국이 원산지로 1950년도에

미국의 구호품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자라기 시작한 건

저와 나이가 거의 비숫합니다.

번식력이 좋아 생태교란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리공의 특성인 강한 독성도 있습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면서

줄기는 붉게 변하고 열매는 까맣게 익어

조금 섬뜩한 느낌마저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 꽃이 필 무렵에는

제법 귀엽고 예쁜 구석이 있어

저는 이때에만 사진에 즐겨 담습니다.


참 순박하게 생긴 좋은 이미지의 배추흰나비가

악명 높은 잡초로 알려진 미국자리공과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게

조금 못마땅해 보이긴 하지만

나비에게 꽃들은 모두

사랑할 대상일 뿐......


오늘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나비의 연애론/ 박완호


저들에게는 오히려


나비 한 마리가

꽃 한 송이에게만 머무는 건


불륜이다, 되려


이 꽃 저 꽃 건드려가며

천 배의 생명을 낳는 게


미덕이다, 그렇게


한결같은 자세로 저를 받아들이는 꽃들에게

항상 똑같은 눈금의 마음을 건네는 나비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500s, ISO 200


#여름_이야기 #미국자리공꽃 #배추흰나비 #원수를_사랑하라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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