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리공과 배추흰나비 Phytolacca decandra
여름날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미국자리공꽃과 배추흰나비 한 마리
세상은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는데
흰 꽃과 흰나비의
은밀한 만남이 신비롭습니다.
미국자리공은
미국이 원산지로 1950년도에
미국의 구호품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종입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자라기 시작한 건
저와 나이가 거의 비숫합니다.
번식력이 좋아 생태교란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리공의 특성인 강한 독성도 있습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면서
줄기는 붉게 변하고 열매는 까맣게 익어
조금 섬뜩한 느낌마저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 꽃이 필 무렵에는
제법 귀엽고 예쁜 구석이 있어
저는 이때에만 사진에 즐겨 담습니다.
참 순박하게 생긴 좋은 이미지의 배추흰나비가
악명 높은 잡초로 알려진 미국자리공과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게
조금 못마땅해 보이긴 하지만
나비에게 꽃들은 모두
사랑할 대상일 뿐......
오늘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나비의 연애론/ 박완호
저들에게는 오히려
나비 한 마리가
꽃 한 송이에게만 머무는 건
불륜이다, 되려
이 꽃 저 꽃 건드려가며
천 배의 생명을 낳는 게
미덕이다, 그렇게
한결같은 자세로 저를 받아들이는 꽃들에게
항상 똑같은 눈금의 마음을 건네는 나비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5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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