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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이야기-20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by 박용기


한여름 열기 속에서도

덩굴을 따라 시원스럽게

주황색 꽃을 피워내는 능소화입니다.


능소화(凌霄花)의 이름에서

'능(凌)'은 업신여기다는 뜻이며,

'소(霄)'는 하늘을 뜻합니다.

아마도 여름 하늘로 뻗어 나가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기개가 등등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본 아이들은

주로 줄기를 아래로 늘어뜨리며

다소곳이 피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업신여기기는커녕

하늘을 경외하는 모습으로.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영어 이름은 Chinese trumpet vine입니다.

중국이 고향이라 Chinese가 붙어있습니다.

그냥 trumpet vine은 미국능소화로

색이 더 붉은색이고 더 좁은 나팔모양으로

한 곳에서 여러 개의 꽃이 모여 피어

우리 전통의 능소화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저는 이 능소화가 미국능소화보다

어딘가 더 정감이 갑니다.


능소화 줄기 밑에

쌓여가는 낙화를 보면서

벌써 가을잎 지는 날들의 서글픔을 느낍니다.




능소화 / 나태주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80mm, ƒ/3.5, 1/640s, ISO 200


#여름_이야기 #능소화 #동네 #능소화_지는_계절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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