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튜니아 Petunia
동네 꽃가게를 지나가다
가게 앞에 놓인 나팔꽃을 닮은
피튜니아를 보았습니다.
보통은 붉은 계열의 꽃인데
이 아이는 흰색에 붉은 띠무늬가 있는
조금 고급스러운 모습입니다.
과거에는 페츄니아로 불리고
그 후에는 페튜니아로 불렀지만,
영어 이름 (petunia)을 제대로 읽으면
피튜니아가 되어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에도
피튜니아로 되어있습니다.
피튜니아는 아르헨티나가 고향이라고 합니다.
투피-과라니(Tupi–Guarani) 말로
담배를 뜻하는 pétun에서 이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꽃과 잎이 식물 담배를 닮았서 그런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애기담배풀'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화초 피튜니아는
대부분 교배종들로 개량한 꽃들입니다.
꽃말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오래전 어릴 때 보았던
빅터 레코드(Victor Record)라는
축음기의 상표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나팔같이 생긴 스피커 앞에
개 한 마리가 앉아있는 그림이 있는
빅터 레코드의 상표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연식이 상당히 오래된 분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 상표의 그림을 확인해 보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림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한 성악가가 사랑하며 키우던 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악가가 개 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그래서 성악가의 친구가 그 개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축음기에서 성악가의 노래가 나오자
그 개는 축음기의 스피커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하염없이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빅터레코드사가 그 그림을 회사 로고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옛 노래가 흘러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피튜니아를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린 여름이었습니다.
한 송이 페튜니아/ 박인걸
저 생명의 신비를 보아요.
아스팔트도로와 경계석 사이를 비집고
그 가느다란 꽃 대궁에서
해맑은 꽃이 활짝 웃고 있어요.
흙 한 톨 없는 포장도로 틈에서
허공에 던져진 운명을 딛고
치열한 삶의 몸부림으로
기어이 한 송이 꽃을 피웠어요.
그 모습 가냘프고 애처로워
차마 바라보기조차 눈물겹지만
억척같이 살아남은 강한 의지에
나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다.
흙바람 일으키는 찻길 옆에서
저토록 애잔한 한 송이 꽃을
꼿꼿한 자태로 피워냈을까
찬연한 의지에 할 말을 잊는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70mm, ƒ/3.5, 1/16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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