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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12. 2023

수태고지

누가복음 1:26-56 묵상


11/2 (목) 누가복음 1:26-56 박용기 (과학 칼럼니스트)

ykpark2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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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태고지

 오늘의 본문에서는 천사가 동정녀인 성모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극적인 장면은 안젤리코,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화가들이 ‘수태고지 (受胎告知, Annunciation)’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그렸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화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천사 가브리엘과 마리아를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에는 가브리엘과 마리아가 두 손을 모아 몸에 붙이고 있는 순종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티첼리는 천사가 낮은 자세로 무언가를 청하는 모습과 마리아의 당황하고 거부하는 듯한 손짓을 대조적으로 그렸다. 한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에는 천사와 마리아가 신성하고 경건하면서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천사는 백합꽃을 들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성모 마리아는 왼손을 들어 천사의 알림을 수락하는 듯한 모습이다.


처음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의 심리상태는 어떠했을까? 보통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할 때 겪게 되는 심리 상태의 변화를 아마 마리아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화가들은 각기 다른 상태의 마리아를 상상을 통해 그렸던 것이다. 첫 단계는 천사를 만나게 되어 경이로움과 놀람의 상태, 두 번째 단계는 천사가 하는 말의 의미를 심사숙고하는 상태,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믿을 수 없어 의아해하거나 의심하고 부정하고 싶은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뜻임을 알고 감동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마지막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도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예수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단계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감동과 순종의 마지막 상태까지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예수님이 내 안에서 역사하지 못하시는 건 아닐지 묵상해 본다.




누가복음 1:26-56 (현대인의 성경)


1:26 엘리사벳이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리 나사렛이라는 마을에 사는
 1:27 다윗의 후손 요셉과 약혼한 처녀 마리아에게 보내셨다.
 1:28 천사가 그 집에 들어가 마리아에게 '은혜를 받은 처녀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하는 말에
 1:29 마리아는 이런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
 1:30 그러자 천사가 말하였다. '마리아야, 무서워하지 말아라. 너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다.
 1:31 이제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이름을 '예수'라고 불러라.
 1:32 그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며 가장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그의 조상 다윗의 보좌를 그에게 주실 것이니
 1:33 그가 영원히 야곱의 집을 다스릴 것이며 그의 나라는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1: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처녀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 하고 묻자
 1:35 천사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님이 네 위에 내려오시고 하나님의 능력이 너를 덮어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거룩한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1: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로 알려졌으나 그처럼 늙은 나이에도 임신한 지 여섯 달이나 되었다.
 1:37 하나님에게는 안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1:38 그때 마리아가 '저는 주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떠나갔다.
 1:39 그 후에 마리아는 유대 산골 사가랴가 사는 마을로 급히 가서
 1:40 엘리사벳을 방문하였다.
 1: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엘리사벳의 태중에 아기가 뛰었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1:42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여자들 중에 가장 복받은 사람이며 네 태중의 아기도 복받은 분이다.
 1:43 내 주님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오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
 1:44 네가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 태중의 아기가 기뻐서 뛰었다.
 1:45 주께서 말씀하신 것이 이루어질 것을 믿은 여자는 정말 행복하다.'
 1:46 그러자 마리아는 이렇게 노래하였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1:47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은
 1:48 그가 이 천한 종을 돌아보셨음이라. 지금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겠네.
 1:49 능력 있는 분이 나를 위해 큰 일을 하셨으니 그의 이름 거룩하여라 !
 1:50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손 대대로 자비를 베푸시는구나.
 1:51 그가 권능의 팔을 펴서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1:52 권력자들을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리셨지만 낮고 천한 사람들은 높여 주셨네.
 1:53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으로 배불리 먹이셨으나 부자들은 빈손으로 보내셨네.
 1:54 그의 종 이스라엘에게 자비 베푸는 것을 잊지 않으시고 기억하여 그를 도우셨으니
 1: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하신 영원한 약속이었네.'
 1:56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서 석 달동안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이 글은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 터치> 2023년 11/2 (목)에 실린 제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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