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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an 06. 2024

슈퍼마켓에 간 과학자-4

복잡한 친환경 농수산품 인증 마크

슈퍼마켓에 간 과학자

복잡한 친환경 농수산품 인증 마크

박용기(KRISS 명예연구원, 맛있다 과학 때문에 저자)


슈퍼마켓에서 농수산품을 살 때 아내가 열심히 찾는 것이 있다. 바로 친환경 인증 마크다. 그런데 대체로 녹색을 하고 있는 비슷한 인증마크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정확한 의미를 알기가 어려운 것들도 있다.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무농약’이나 ‘유기농’ 인증 마크도 있는가 하면, ‘GAP’ 또는 ‘저탄소’ 등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마크도 많다. 아내는 이런 인증 마크가 있으면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량상품이며 우리 몸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비싸도 그런 마크가 있는 상품들을 선호한다. 





농식품 품질인증 마크


유기농 쌈채소, 무농약 오이 등 농산물에 붙어 있는 친환경 인증 마크가 있다. 이러한 마크는 친환경으로 재배된 품질 좋은 농식품임을 국가가 인증한 표시이다. 이러한 인증 마크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기준에 모두 통과되어야 만 가능하다. 


‘유기농산물’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전환기간 : 최초 수확 전 3년)한 농산물을 말하며, ‘유기축산물’은 항생제와 항균제를 첨가하지 않은 유기농산물의 재배·생산 기준에 맞게 생산된 유기사료를 먹이면서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을 말한다. 한편 ‘무농약’ 농산물은 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내로 사용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무항생제’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항균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생산성 촉진을 위해 성장 호르몬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축사와 사육 조건, 질병관리 등의 엄격한 인증기준을 지켜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는데, 초기에는 ‘유기’, ‘전환 유기’ ‘무농약’ ‘저농약’ 등 4가지 종류의 마크가 있었다. 그러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07년에는 친환경농업육성법을 개정하여 ‘전환기 인증’을 폐지하고 유기농에 흡수하였으며, 2010년에는 ‘저농약 인증’을 폐지하여 친환경 농축산물의 인증 체계를 ‘유기’ 및 ‘무농약’으로 단순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공 식품 중에 ‘유기가공식품’ 마크도 있다. 이 마크는 합성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 혹은 유기축산물을 원료로 제조 및 가공한 식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 유기가공식품은 최종 제품만으로는 원료가 정말 유기농 식품인지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제3자 인증기관이 제조과정 등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친환경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농가에서 인증기관에 인증심사를 의뢰하고 인증기관에서는 서류심사와 함께 현장 실사를 거쳐 친환경 농축산물의 기준에 적합한 경우 인증서를 교부한다. 이렇게 인증 심사에 통과된 생산품에 한하여 친환경 인증 마크를 부착할 수 있게 된다. 현장 실사에는 토양관리 계획, 화학비료의 명칭, 사용량, 사용 시기를 자세히 기재하며 퇴비의 사용시기와 사용량, 병충해 및 잡초방제 대책 등과 같은 재배 방법과 경영 관리 및 품질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인증은 민간 인증기관에서 담당하는데 이러한 인증기관의 자격을 심사하여 허가를 주는 인정기관은 농림수산부의 유관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다. 

 그런데 이런 유기농 혹은 무농약 마크 외에도 과학적인 위생관리와 연관된 인증 마크도 있다. 바로 ‘GAP(우수관리 인증)’과 ‘HACCP(안전관리 인증)’ 등이다. GAP는 ‘Good Agricultural Practice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라 한다. 우수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안정성 인증을 위해 2006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농산물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자에게 안전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국제적 규격에 적합한 인증 제도이다. 유럽이나 미국, 칠레, 일본, 중국 등 120개의 국가에서도 GAP 제도를 실행 중에 있다.

 농산품의 경우 생산, 수확, 포장, 유통, 판매 등의 전 과정에서 각종 농약, 유해 미생물과 중금속 등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이 마크를 받을 수 있다. GAP 인증과 친환경 인증의 차이는 GAP는 소비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한 인증 제도이고, 친환경 인증은 농산물이 환경친화적인 형태로 재배되었음을 인증하는 제도로 건강한 식품이지만 안전성 문제를 직접적으로 인증하지는 않는다.

 GAP 인증은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범위에서 일정 수준 이하의 농약을 사용해도 가능하다. GAP 인증 농산물은 농약과 같은 화학적 위해 요소 외에도 물리적 위해 요소(유리, 금속물질 등)와 식중독을 일으키기 쉬운 병원성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과 같은 생물학적 위해 요소에 대한 관리도 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마크이다. 




한편 HACCP 인증 마크도 있다. HACCP은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로서 해썹 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라 한다. 위해요소 분석이란 ‘어떤 위해를 미리 예측하여 그 위해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을 의미하며, 중요관리점이란 ‘반드시 필수적으로 관리하여야 할 항목’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해썹이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관리점을 결정하여 자율적이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해썹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식품 안전 관리 체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 국제기구(Codex, WHO, FAO) 등에서도 모든 식품에 해썹을 적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농축산부에서 관리하는 다른 농축산물 인증과 달리 HACCP은 보건복지부 식약청에서 관리하는 인증제도이다.


그 밖에 축산물의 경우 항생제,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급여하고 일정한 인증기준을 지켜 사육한 축산물에 부여되는 ‘무항생제’ 인증 마크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의 본래 습성대로 키우는 등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부여하는 ‘동물복지’ 인증 마크도 있다.


유기농에 대한 해외 인증제도

 유기농업에 대한 국제적인 인증 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다. IFOAM(International federation of Organic Agriculture Movements)에는 미국 농무부, 호주, 뉴질랜드 및 일본의 유기농 인증 단체 등 전 세계 116개국의 850여 단체가 가입한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업운동단체이다. 1972년 프랑스에서 창립되었으며 현재 독일 본에 본부가 있다. 유기농업의 기준 설정, 정보 제공 및 기술 보급, 국제 인증 기준과 인증기관 지정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유기농 인증 마크는 둥근 원 안에 ‘USDA ORGANIC’이라고 쓰인 마크다. 미국 농무부(USDA)에서 발급하는 이 마크는 갈색 원 안에 녹색과 흰색 글씨로 된 것과 검정 원 안에 검정과 흰색 글씨로 된 두 가지 디자인이 있는데 동일한 유기농 인증 마크다. 달걀이나 제배 농산품 같이 가공 농식품이 아닌 단일 농산품으로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산품 규격에 합격하여 인증된 경우 ‘ORGANIC’이라는 단일 마크를 사용한다. 그리고 가공식품의 경우 첨가물의 유기농 함량에 따라 4 가지로 분류한다. 사용한 재료가 모두 유기농일 경우 ‘ORGANIC’ 마크와 함께 ‘100 % Organic’이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만일 ‘ORGANIC’ 마크와 함께 그냥 ‘Organic’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면 재료의 95 %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경우다. 나머지 5 % 에는 방부제 및 식품 착색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 밖에 ‘ORGANIC’ 마크는 없지만 ‘Made with Organic Ingredients’라고 쓰여 있다면 재료의 70 % 이상은 유기농 제품인 경우다. 또 ‘ORGANIC’ 마크 없이 ‘Specific Organic Ingredients’라고 표기되었다면 재료의 70 % 미만이 유기농 제품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재료가 별도로 표기되어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의 12개국이 연합해 만든 ‘EU Organic Farming’ 인증마크를 사용하며, 호주는 ‘Australian Certified Organic(ACO)’ 인증 마크를 사용한다. 


 

유기농산물은 왜 몸에 좋을까?

미국의 시사 주간지 TIME 지 (2017년 7월 27일 자)에 ‘과학이 뒷받침하는 유기농 식품의 건강상 이점 4가지’에 대한 칼럼이 실린 적이 있다. 이 칼럼에 의하면 유기농의 4가지 이점으로 첫째 농약과 중금속이 적고, 둘째 몸에 좋은 지방이 더 많으며, 셋째 항생제와 합성 호르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넷째 경우에 따라서는 항산화 물질이 더 많다.  

 

영국 영양 저널의 2014년 메타분석(기존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유기농 작물은 검출 가능한 수준의 살충제를 함유할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간과 신장에 축적되는 독성 중금속인 카드뮴 양성 반응이 48%나 적었다고 한다. 


영국 영양 저널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사육된 소의 육류와 우유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제품보다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의 일종인 오메가-3 지방산을 약 50% 더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또 유기농 우유는 비유기농 우유보다 포화 지방도 적었다.





또 다른 자료들에 의하면 낮은 용량의 살충제를 사용해도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 전립선암과 같은 특정 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들이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와 태아는 더욱 취약해 어린 나이에 살충제와 같은 농약에 과다 노출되면 발달 지연, 행동 장애, 자폐증, 면역체계 손상, 운동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연구들이 유기농 농산물이 우리의 건강에는 좋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신선한 농산물을 물로 깨끗이 씻으면 잔류 농약은 감소하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껍질을 벗기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좋은 영양소는 껍질에 많기 때문에 영양을 희생해야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식단을 섭취하고, 모든 농산물을 깨끗이 씻고 문지르며, 가능하면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정부의 농약 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비영리 기관인 환경워킹크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 따르면, 높은 농약 수치를 가지고 있어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는 농산물이 있다. 그중에는 사과, 오이, 셀러리, 감자, 포도, 방울토마토, 케일, 복숭아, 시금치 딸기 등이 있다. 한편 잔류 농약이 높지 않아 꼭 비싼 유기농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농산품도 있다. 예를 들어 아스파라거스, 아보카도, 버섯, 양배추, 가지, 키위, 양파, 고구마, 파인애플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작물들은 우리나라와 재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참고는 되리라 생각한다. 


저탄소 인증 마크

지금까지 다룬 친환경 인증마크는 대부분 우리의 건강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친환경 인증 마크가 있다. 바로 ‘저탄소’ 인증 마크다. 이 마크는 축산물과 농산물의 생산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을 줄여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농축산품에 부여하는 인증마크다. 저탄소 축산물의 경우 탄소감축기술을 한 개 이상 도입하여 평균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10 % 이상 적게 배출할 경우에 인증을 부여한다. 또한 저탄소 농산물 인증은 친환경 혹은 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대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농산물에 대해 부여한다. 즉 저탄소 인증은 현재 우리 몸의 직접적인 건강보다는 후손을 위한 지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인증인 샘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팀은 지구에도 유익한 친환경 식단이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즉 물과 토양 자원 소모가 적으면서 탄소 배출량도 적은 식물성 식단을 장기간 먹게 되면 암과 같은 질환의 위험성을 낮추어 사망률을 낮춘다는 것이다. 식물성 식품 식단의 비중이 상위 20 % 사람들은 하위 20 % 인 사람들 보다 30년 후 사망 위험이 25 % 낮고, 암이나 심혈관으로 사망할 위험이 15 % 낮았으며, 신경 퇴행성 질환과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각각 20 % 및 50 % 낮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속 가능한 식단’이라는 친환경적인 식단이 개인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음식이란 낮은 탄소 발자국을 가져야 하고, 삼림 벌채, 물 부족, 남획 또는 생물 다양성 상실에 기여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톱 10 음식이 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1. 콩류 2.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와 같은 짙은 잎이 무성한 채소 3. 버섯 4. 현지에서 재배한 과일 5. 해조류 6. 홍합 및 조개류 7. 곡물 8. 풀을 먹여 사육한 쇠고기 9. 귀리 10. 무화과의 순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 식단에서 나쁜 쪽에 있는 음식은 어떤 것들일까? 놀랍게도 사료를 먹여 키운 일반 쇠고기와 유제품이 우리 몸과 지구에 가장 안 좋은 식품이라고 말한다. 


이제부터 슈퍼마켓에서 농축산물이나 식품을 구입할 때 이러한 친환경 인증 마크의 의미를 잘 생각하면서 우리 몸에도 좋고 지구의 환경보전에도 기여하는 행복한 쇼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사진 출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보 <KRISS> 2023 겨울호, Pixbay

* 이 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보 <KRISS> 2023 겨울호에 실린 제 과학 칼럼입니다.


글을 실어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멋진 편집을 해준 '(주)홍커뮤니케이션즈'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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