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길-24

사철나무 열매 evergreen spindle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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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나무의 열매가 익으면

붉은 씨앗이 열매를 열고 나옵니다.

어느 날 다가가 보면

살며시 문틈으로 내다보며

밖으로 나올지를 아직 망설이는 아이도 있고,

어느새 문을 활짝 열고

껍질 밖으로 나와버린 아이들도 있습니다.

조금 더 뒤에 가면

붉은 씨앗이 이미 집을 나가

빈 집만 덩그러니 남아있기도 합니다.


열매가 막 벌어지기 시작하는 이때가

아마도 사철나무의 절정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는 저에게는.


누군가의 절정기를 사진에 담는 일은

그저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닙니다.

아름다움과 행복을 마음으로 느끼는 일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혼식을 사진에 담듯.


이 가을에도 사철나무가

예쁜 모습으로 열매를 맺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그 시간/ 정용철


어느 날,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모두를

이해하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샘물처럼 맑고 호수같이 잔잔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한없이 낮아지고 남들이 높아 보였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손이 나를 넘어뜨린 사람과

용서의 악수를 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마음이 절망 가운데 있다가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내 눈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었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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