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비가 내리면-5

단풍나무

by 박용기


비가 내리면

숲 속에 남아 있던 단풍잎들은

더 붉은색으로 다가옵니다.


비에 젖은 단풍잎이 더 진한 붉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의 반사 때문입니다.


보통 잎에는 수많은 작은 굴곡이 있고

잎에 부딪힌 빛은 이러한 미세하지만 불규칙적인 면에서

난반사를 일으킵니다.

그러한 빛들은 여러 빛의 파장을 포함하고 있어 백색광이 되는데

원래의 단일한 붉은색 파장에 섞여

붉은빛이 약해지고 덜 선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에 젖은 잎은

작은 굴곡들이 비로 메꿔져 평평해져

빛의 난반사가 줄어들어

원래의 붉은색 파장만 반사되기 때문에

우리 눈에 선명한 붉은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또 얇지만 잎을 덮고 있는 수면층이 빛의 일부를 흡수해

맑은 날 보다 반사광의 양이 줄게 되어

조금 어둡게 보입니다.


숲에서 만난 비에 젖은 붉은 단풍잎을 보면서

이날은 잠시 포토에세이스트가 아니라

과학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가을비/ 우대식


가을비는

가을비는

떨어진 갈참나무 잎에 내리고

붉은 단풍나무는 차갑게 울고 있네

어디로 가나

가을,

어디에도 깃들 수 없는 새,

가릉빈가*의 노래를 듣는다

잔기침 소리 간간이 들리는

빗속에서

아주 먼 당신은

이 가을에서 다시 먼 가을로

빗속을 헤매는도다


*가릉빈가(迦陵頻伽): 불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새인 인두조신(人頭鳥身) 형상의 영험한 존재로 알려지며, 주로 인간의 상반신에 깃털 달린 화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형태로 묘사된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mm, ƒ/3.5, 1/1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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