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비가 내리면-6

가을 벚나무

by 박용기


얼마 전

외손녀가 독서 논술 공부를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 책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토론 주제로는 좀 어려운

철학 혹은 과학적인 여러 가지의 논제들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은 왜 시간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누었을까?"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주일에 교회에서

담임 목사님이 설교 서두에

참 비슷한 이야기를 하셔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신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미래를 앞당겨 가 볼 수도 없습니다.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축에 서서

지나간 시간은 기억으로

그리고 다가올 시간은 기다림으로 받아들이며

현재를 살아내야 하는 게 인간입니다.

수많은 현재들이 모여 과거가 되고

기억 속에 자리하면서

미래는 꾸준히 현재가 됩니다.


기억 속에 있는 과거는

때로는 그리움으로 떠오릅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때로는 지나간 가을날의 아련한 추억이

막 끓여낸 커피 향처럼

현재와 섞이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줍니다.


때로는 쌉쌀한 커피 맛 같은 추억도 있지만,

이미 지나간 추억의 향기는

커피 향처럼 새로운 기분으로 다가옵니다.


비 내리는 가을 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들국화의 노래가 들리는

카페에 앉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 이채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리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잔이

비처럼 추억처럼

가슴 밑동까지 파고 듭니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면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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