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비가 내리면-7

가을숲

by 박용기


초록으로 가득 찼던 숲이

많은 것들을 버리고 비어갑니다.


숲 앞에는 이 가을을 장식하던

가을잎들이 아직 남아

이곳에 가을이 머물렀던 자리임을 알려줍니다.


초록 잎들로 가득 찼던 숲에서는

큰 소리도 흡수되지만

비어 가는 가을 숲 속에서는

낙엽 밟는 소리도 크게 들려옵니다.


우리 삶의 숲에서도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비워내야 하는 가을의 나이가 되면

말도 아껴야 하나 봅니다.


비가 내리는 가을 숲을 보면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보다는

카페 라떼 같은 부드러운 향이 나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2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50mm, ƒ/3.5, 1/160s, ISO 200


#가을에_비가_내리면 #가을숲 #가을잎 #빈_숲 #카페_라떼_같은_부드러운_향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에 비가 내리면-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