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4

남천 Nandina domestica/sacred bamboo

by 박용기


가을이 곱게 물든 숲 속을

붉게 익은 남천 열매가 바라봅니다.


보통 남천은 가을이면

잎들도 붉게 물드는데

이 아이들은 사철나무처럼

푸른 잎으로 겨울을 납니다.

음지에서 자라 햇빛을 잘 못 보면

단풍이 들지 않는다고는 하는데

이 아이들이 자라는 곳은

햇볕도 잘 드는 곳인데 특이합니다.


비록 잎은 숲 속의 가을빛으로

변신하지는 못했지만,

열매만은 곱게 물들어

가을 숲을 장식합니다.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식물들이 어울려 사는

동네 공원옆 숲의 가을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가을숲에서/ 박노해


가을 숲에서 지는 잎을 슬퍼하네

한 잎 두 잎 뉘우치듯 떨어지는

키 큰 나무들의 핏빛 잎새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다워라


큰 나무 밑에는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작은 나무 밑에는 풀꽃들이 자라고

해 아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작은 것들에 그늘을 주고 왔으니


한 번 뜨겁게 푸르고 한 번 치열히 물들어

떨어져 씨알 뿌리를 덮어주며

잉태의 깊은 침묵으로 들어가는

물든 가을 숲은 아름다워라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30mm, ƒ/3.5, 1/8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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