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nescence-5
가을이 훌쩍 떠나고 나서
떠난 가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상실이 주는 아쉬움 때문일까요?
우리는 때로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라져 버리면 아쉬움 속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 애정을 느끼곤 합니다.
류시화 시인도
바다거북, 쇠기러기, 늦반딧불, 긴꼬리딱새 등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아쉬움을 노래합니다.
그때는 몰랐던,
상실 후에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
나이가 들면서
상실해 가는 내 주변과 자신 속의 많은 것들.
지난가을의 회상처럼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다/류시화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해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바다거북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붉은머리두루미
풋눈 내려 뭇별들 얼굴 시릴 때
솜옷 꺼내 입고 흩어져 날던 쇠기러기 떼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이마에 부딪치는 늦반딧불이
아침마다 나뭇가지 흔들며
왜 늦게 일어나느냐고 나무라던 긴꼬리딱새
두 손 땅에 짚고 물끄러미 쳐다보던 두꺼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가시덤불 속에서 돋움발로 웃던 흰제비꽃
손 내밀어 외로움 붙잡아 주던 하늘나리
마음의 작은 흉터들 위로
빛을 물어다 주던 노랑부리멧새
우리 자신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그때는 몰랐던
상실 후에 알게 되는 것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8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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