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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an 22. 2024

회상-5

Reminescence-5


가을이 훌쩍 떠나고 나서

떠난 가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상실이 주는 아쉬움 때문일까요?


우리는 때로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라져 버리면 아쉬움 속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 애정을 느끼곤 합니다. 


류시화 시인도

바다거북, 쇠기러기, 늦반딧불, 긴꼬리딱새 등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아쉬움을 노래합니다.


그때는 몰랐던,

상실 후에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

나이가 들면서 

상실해 가는 내 주변과 자신 속의 많은 것들.

지난가을의 회상처럼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다/류시화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해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바다거북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붉은머리두루미

풋눈 내려 뭇별들 얼굴 시릴 때

솜옷 꺼내 입고 흩어져 날던 쇠기러기 떼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이마에 부딪치는 늦반딧불이

아침마다 나뭇가지 흔들며

왜 늦게 일어나느냐고 나무라던 긴꼬리딱새

두 손 땅에 짚고 물끄러미 쳐다보던 두꺼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가시덤불 속에서 돋움발로 웃던 흰제비꽃

손 내밀어 외로움 붙잡아 주던 하늘나리

마음의 작은 흉터들 위로

빛을 물어다 주던 노랑부리멧새


우리 자신을 슬퍼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그때는 몰랐던

상실 후에 알게 되는 것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800s, ISO 200 


#회상 #지난_가을 #단풍 #상실 #상실_후에_알게_되는_소중한 것들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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