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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an 23. 2024

회상-6

Reminiscence-6


늘 뒤돌아 서서

지나온 날들을 바라보면,

흘러간 시간들은

사막 위에 떠 있는 신기루처럼

아름답지만 잡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집니다. 


지난가을도 

사실은 여느 때 가을처럼 

즐거운 일과 힘든 일들이 섞여

그렇게 흘러간 평범한 가을이었지만,

회상이라는 필터로 걸러진 모습은

자못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벌레 먹은 이파리

곱게 물들지 못한 가을잎도

흐르는 시간으로 지워지고 보정되면

마술처럼 아름다워지는 

사진작업은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회상의 숲 속에 

지나간 것들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겨놓으면 좋겠습니다. 




회상(回想)의 숲 1 / 박이도  

  

내 회상(回想)의 숲속엔

이제 아무도 거닐지 않는다

밤바다에 닻을 내린

목선(木船)의 꿈처럼

뒤척이는 물소리에 사라진

내 어린 그림자의 행방을

이제 아무도 모른다

 

조그만 손으로 눈을 가리고

호랑이 흉내를 하던 나의 과거(過去)를,

옥수수 대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신방(新房)을 차리던 볕바른 토담에

까치옷과 부딪쳐 눈물 흘리고

나의 생가(生家)를 둘러선

밤나무 숲속에서

가슴 조이던 유년시대(幼年時代) 


내 사랑의 싹이 움트고

내 지혜의 은도(銀刀)가 빛나던

밤나무 숲속,

새들의 노래는 퍼져가고

노을 속에 물드는 강물의 꿈은

멀리 멀리 요단강으로 흘러가듯

그때 발성(發聲)하던 내 목소리를

이제 누가 기억(記憶)하고 있으랴.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200mm, ƒ/3.5, 1/400s, ISO 200


#회상 #지난_가을 #가을잎 #추상 #회상의_숲 #시간의_필터 #2023년_가을_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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