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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Feb 08. 2024

겨울비-2024-5


사진을 찍을 때

때로는 초점이 안 맞은 아웃포커스 상태가

참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빗방울이 맺힌 겨울 단풍나무도 그랬습니다.

보통 저는 초점이 칼같이 맞지 않은 사진은 버리는데,

이 사진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대학생 때

영어회화 클럽에서 짧은 영어 연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펙터클(spectacle)'이라는 제목의 콩트였는데

하도 오래전이라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눈이 나쁜 남자가 안경을 잃어버려

안경을 끼지 않고 보게 된 어떤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경을 끼고 보니

얼굴에 주름이 가득 있는 할머니였다는 코미디 같은 내용입니다.


때로는 세상을 이처럼

안경을 벗고 바라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남의 결점이나

세상의 결점이 희미해지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나도 세상도 완벽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2월은 간다/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60mm, ƒ/3.5, 1/200s, ISO 200


#겨울비 #빗방울 #아웃포커싱 #빛방울 #안경을_벗고_보는_세상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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