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Chinese silver grass
겨울 아침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수척해진
약골의 억새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몸은 반쯤 들어 누웠습니다.
어쩌면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어
찬바람 드샌 이 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견뎌내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걸 그분께 맡겨야만
인생의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나도
겨울 억새를 닮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겨울 억새/ 김순선
고향 가는 길
늙으신 어머니 마중 나와 손을 흔들듯
광목수건 머리에 쓰고
길가에 마른 억새
서걱 서걱
심술궂은 된바람
멱살 잡고 흔들어도
꺾일 듯 꺾일 듯
쉽게 뿌리 뽑히지 않아
빈집 같은
휑한 겨울 들판
지키려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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