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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Feb 09. 2024

겨울 아침-11

억새 Chinese silver grass


겨울 아침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수척해진 

약골의 억새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몸은 반쯤 들어 누웠습니다.


어쩌면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어

찬바람 드샌 이 겨울에도

꺾이지 않고 견뎌내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걸 그분께 맡겨야만 

인생의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나도

겨울 억새를 닮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겨울 억새김순선


고향 가는 길

늙으신 어머니 마중 나와 손을 흔들듯

광목수건 머리에 쓰고

길가에 마른 억새

서걱 서걱


심술궂은 된바람

멱살 잡고 흔들어도

꺾일 듯 꺾일 듯

쉽게 뿌리 뽑히지 않아


빈집 같은

휑한 겨울 들판

지키려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200


#겨울_아침 #눈 #겨울_억새 #바람에_몸을_맡김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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