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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13. 2020

Poetic autumn-11

담쟁이

Poetic autumn-11, 담쟁이


늦가을 비가 내린다.


비로 젖은 돌 벽은

더욱 선명하게 색을 돋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그 돌벽 부여잡고 오르던 담쟁이덩굴

어느새 시들어

허공에 마른 잎만 매달고 퇴락해간다.


나는 지금껏 무얼 붙잡고 살아왔을까?


11월은

내 삶의 지난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저 넘어 아직도 가을빛은 붉은데

비에 젖은 늦가을은

담쟁이덩굴처럼 시간 속으로 저물어간다.




11월/ 유안진



무어라고 미처

이름 붙이기도 전에

종교의 계절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은 차라리

달디단 살과 즙의

가을 열매가 아니라


한 마디에 자지러지고 마는

단풍잎이었습니다


두 눈에는 강물이 길을 열고

영혼의 심지에도

촉수가 높아졌습니다


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그대 나에게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을비 #poetic_autumn # 담쟁이  #돌벽 #제천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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