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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15. 2020

Poetic autumn-13

가을 초상화

Poetic autumn-13, 가을 초상화
이가을의 초상화 하나를 사진에 담았다.



아름답게 드리워져진 담쟁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이

줄넘기를 하던 외손녀가 다가왔다.


그런데 아뿔싸

줄넘기가 휘리릭 바람을 가르더니

춤을 추던 담쟁이 잎들이 모두

일순간에 추풍낙엽이 되고 말았다.

외손녀도 담쟁이가 예쁘다며 좋아했는데.....


외손녀와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바닥에 떨어져 흩어진 고운 잎들을 주워 모았다.


안타깝고 미안해하는 외손녀에게

"괜찮아. 어차피 떨어질 잎들인데 뭘" 하면서 말은 했지만,

나 역시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주운 잎 하나를 근처에 있던 나무 그루터기 위에 올려놓고

마지막 고운 모습의 영정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다.


늦가을 늦은 오후의 조금 어둑해진 빛은

담쟁이 잎의 고운 빛을

더욱 처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 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poetic_autumn # 담쟁이 #가을의 초상화 #우리동네 #외손녀와의_산책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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